떠나기 전에는 굉장히 귀찮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냥 내 돈 내고 휴가내고 여행가면 되는 걸, 뭐 이렇게 귀찮게 발표 준비를 하고, 따로 경비 신청을 하고, 가고 싶은데는 다 가지도 못하고... 하지만 그래도 해외여행이라고 (게다가 내 인생 최장 여행) 가기 직전엔 좀 설레긴 하더라.
오후 비행기였으나 막히는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해 굉장히 일찍 출발했다. 하늘이 아주 맑음-!
공항 도착해서 빵 하나 먹고, 커피 한잔 하고 있으니 체크인 할 시간이 되어서 체크인 하고 이미그레이션도 무난히 통과. 항상 가족여행을 다녔고, 부모님은 모닝캄이라서 모닝캄 혜택에 업혀 갔는데 이번엔 모닝캄 혜택을 못 봤다. 나도 여행 많이 다녀서 모닝캄이 되어야지... 면세점에선 딱히 살 것도 없고, 앉아서 책이나 읽다보니 탑승 시간이었다.
장장 13시간 후에 드디어 파리 도착-! 6년전 유럽에 온 후로는 이렇게 긴 비행은 처음이라 좀 걱정했는데 웬걸. 비행기가 좀 늦게 뜨고,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는 밥 먹고 자고, 또 밥 먹고, 자고, 다시 눈뜨니 도착이었다.
신속하게 이미그레이션을 마치고 (해외의 이미그레이션 속도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는 바가 없다 보니 생각보다는 빨리 나왔다) 예약해 놓았던 렌터카를 빌렸다 (Hertz). 렌터카 줄만 한 40분을 대기한 것 같다. 그래... 급할 것 없으니까.
우리의 첫 목적지는 랭스 (Reims) 라는, 파리가 서울이면 아마 수원 쯤...으로 볼 수 있는 곳. 프랑스는 파리랑 니스밖에 몰랐는데, 이런 곳도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되었다.
한 시간 반 쯤을 달렸나? 드디어 호텔 도착! 랭스 콘티넨탈 호텔. 고풍스러운 건물의 호텔이었다.
밤 늦게 도착해서 후딱 체크인을 마쳤다. 2층에 방이 배정되었는데, 이 망할 프론트 아저씨가 2층까지는 엘레베이터가 없다고 하는 거다. 그래, 뭐 옛날 유럽 건물들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하고 낑낑거리면서 짐을 끌고 올라갔는데 망할놈의 호텔이 0-R-1-2 층 순서라서, 2층은 사실상 4층이었다. 우리는 짐을 낑낑거리면서 4층 계단을 끌고 올라갔는데, 정작 올라가보니까 방 입구 바로 앞에 엘레베이터 있었다😒. 화가 많이 날 뻔 했지만, 운동한 셈 치고 그냥 잊어버리기로 함.
방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에어컨도 빵빵하고, 창문은 코딱지만했고 방충망도 없었지만 아침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만족했다. 근데 유럽 호텔 화장실들은 하나같이 잠금장치가 없다. 안전 문제 때문인가? 가족이랑 간 게 아닌 사람들도 있을텐데 같이 방을 쓸 정도의 사이면 그 정도는 친하겠거나 싶은 건가?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음에도 호텔 바로 옆의 바에서 젊은이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시끄럽게 놀고 있었지만 소음공해는 없었다.
밤이 늦었으나 이렇게 오늘을 보내기엔 아깝다! 해서 우리도 밖으로 나갔다.
원래 가려고 했던 Le Clos는 개인 이벤트로 전체 대관을 해 버려서 거기에선 와인만 사고, 바로 옆의 바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Les Vieux de la Vieille이라는 곳이었다.
사실 맥주고 와인이고, 주류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전혀 아니고, 그냥 내 입맛에 맛있으면 그게 맛있는 술이다! 라는 정도의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인데, Don't Panic이라는 게 있길래 히치하이커 매니아로서 또 안 먹어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알콜 도수가 세지는 않은, 맛있는 맥주였다.
근데 이 바도 맥주를 받자마자 갑자기 화재알람이 울려서 ㅋㅋㅋ 내부에 있던 손님들 다 내쫓김. 우리도 내쫓겨 밖에 스탠딩 테이블에서 홀짝거리다가 산 와인을 들고 방으로 돌아가서 한잔 더 했다.
이렇게 나름(?) 파란만장했던 프랑스 도착 첫날은 잘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