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도 여행처럼

하는 일에 대한 단상

by justaperson 2024. 10. 12.
728x90
반응형

**원문은 2023년 8월의 글이다.

@unsplashed

하기 싫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당장 숨이 넘어가는 사람들은 보는 것은... 재미있다. 다른 팀원들과 손발이 착착 맞아서 환자가 돌아오는 걸 보면 그것만한 쾌감이 없다.

근데 응급하지 않은 사람들이 와서 진을 빼 놓는 것에 너무 회의감이 든다. 병원 바이 병원이겠지만 응급실에 내원하는 70%의 환자들이 비응급 환자다. 그들은 불만이 많다. 불만의 요지는 주로 이것이다. 1) 나는 비싼 진료비를 냈는데 2) 여기서 다 해결해주지 못하고 3) 왜 이렇게 오래걸리냐는 식이다. 응급실은 응급한 상황을 감별하고 응급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이어나가는 곳이지, 이름에 '응급'이 달려 있다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응급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 언제쯤 상식이 될까?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는 질문에는... 당신같은 사람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어서, 라는 대답이 혀끝에 달랑거리다가 겨우 삼키는 게 한 두번이 아니다. 더 화가 나는건 본인도 본인들이 응급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지속된 증상을 한 번도 동네병원조차 방문해본 적이 없으면서, 일요일 밤 10시에 응급실에 방문해서 왜 이제서야 병원을 찾으셨냐고 애둘러 물어보면,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 그냥 응급실로 왔다. 라는 답변을 들은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이들은 나중에 민원을 넣는다.

몇몇 환자분들에게선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종종 발생하는 저런 경우들에 대처하느라고 내 HP는 다 깎여서 이젠 포션으로 버틸 수가 없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아도, 특별히 뭐 다른 걸 할 줄 아는 것도 아니라 그냥 이렇게 저렇게 계속 버티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한 1년만 이런 서비스직에서 탈출하고 싶다.

1년은 아니어도 5일은 쉬니 일단 빨리 다음주가 되었으면.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