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코로나의 여파로 휴가를 쓰지 못했고, 올해는 홍콩에 살고 있는 동생이랑 날짜를 맞춰 가족 여행을 홍콩으로 다녀왔다. 코로나 시작 전 베트남 여행이 마지막 해외여행이었으니, 거의 4년만의 해외여행인 셈이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마주하는 인천공항은 뭔가 여기저기 많이 공사중이었고, 작아진(?) 느낌이었다.
새벽 3시부터 기상해서 나와서 공항에 온 터라 굉장히 피곤했고, 비행기에서 아주 꿀잠을 잤다. 비행기는 거의 만석일 정도로 승객이 굉장히 많아 코로나가 드디어 끝났음을 뭔가 실감할 수 있었다.
4시간 정도의 비행 후 드디어 홍콩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얼굴 한 가득 훅 끼쳐오는 후끈후끈한 바람이 새삼 어색하게 느껴졌다. 무난하게 이미그레이션 끝나고 (인천공항이 최고라고들 하지만, 홍콩 이미그레이션도 못지 않게 빨랐다), 동생을 만나 공항철도를 타고 홍콩섬의 숙소 근처로 향했다. 날씨가 진짜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랬다. 홍콩의 하늘이 이렇게 파랬었나, 싶더라.
집에 도착해서 동생이 내려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더위를 잠시나마 물리치고,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숙소 근처의 '12미' 라는 사천식 식당이었다. 사천요리라면 또 환장을 하는 우리 가족이 아니던가.
이번에 가서 깜짝 놀랐던게, 거의 모든 식당이 주문할 때 이렇게 QR을 찍어서 핸드폰으로 주문을 넣는다. 자리마다 배치된 태블릿을 넘어 이젠 스마트폰이 없으면 주문도 못 하는 세상이라니...
좌상단의 회과육은 우리 가족이 중국에 살 때 집에서도 종종 해 먹었던 음식으로, 특히 우리 동생이 많이 좋아한다. 나는 회과육을 한번도 좋아해본 적은 없는데, 이건 진짜 맛있더라. 불맛이 솔솔 나는게 아주 꿀맛이었다. 우상단의 깐비엔또우쟈오는 이번 여행 내내 시켜먹었을 정도로 예전부터 굉장히 좋아했다. 예전엔 한국에 줄콩 파는 걸 못 봐서 해 먹기가 어려웠는데 이젠 집에서 해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 하단의 커우수이찌는 새콤매콤한 중국스러운 양념에 삶은 닭을 통째로 버무린 차가운 요리인데, 맛은 있었다만 닭이 너무 뼈가 많아서 먹기가 불편했다. 가장 신박했던 건 우하단의 감자채 무침인데, 생 감자를 채 썰어 물에 담가 흐물흐물하게 만든 다음에, 새콤매콤한 양념에 무친, 식사 시 김치 포지션을 넘볼 수 있을 것 같던 요리였다.
배 터지게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가는 길에 과일가게를 마주쳤다. 이런 더운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리치를 잔뜩 사서 호텔로 향했다. 과일가게의 아주 귀여운 고양이도 한 컷.
호텔은 뷰가 엄청났다. 좌우에 고층건물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 오션 뷰. 새파란 하늘이 통유리창 한 가득이라, 아주 멋있었다. 아래 사진이 무보정이라면 믿으시겠는가...
호텔에서 리치를 먹으면서 한 김 쉬고, 동네 구경을 나섰다.
오랫동안 봐 왔었던 익숙한 풍경들이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새로웠고, 게다가 생각해보니 항생 에어컨 빵빵한 전철만 타고다녀버릇 해서 트램은 또 처음 타 봤다. 트램이 생각보다 감성적이고, 밖에 풍경 구경하기에도 딱 좋고, 근거리 이동하기에는 편리한 수단이더라. 다만 찜통같은 한여름에는 아무래도 좀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골동품 거리를 구경하고, 빅토리아 피크로 향했다.
온종일 날씨가 엄청나게 좋았는데, 택시를 타고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길에 점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비싼 택시비 내고 괜히 올라가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올라가서 보니 그래도 오랜만에 나쁘지 않은 풍경이었다. 요즘 중국발 관광객이 엄청 많다고는 들었는데, 걱정했던 것 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저녁은 모두 피곤하고 지쳐서 멀리 가진 않고, 호텔에 딸려 있는 태국(?)식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아무래도 호텔에 딸린 식당이라 가격대가 약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향긋한 레몬그라스 향이 기분좋게 맴도는 음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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