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긴 연오프가 아까워서, 어딘가로라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경주를 이 기회에 다녀오기로 했다.
1. 숙소 - 앨리 게스트하우스
뚜벅이로 다니는 일정이라, 최대한 교통이 편하면서, 나 혼자 방과 화장실을 쓸 수 있는 가성비 숙소를 검색한 결과 앨리게스트하우스가 딱이었다.
2박에 8만원, 교통 완벽하고, 게다가 내가 여기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고양이...!
방에는 TV도 있다. 방에서 취식은 금지라, 느지막히 뭘 먹고 들어가서 보드라운 이불을 덮고 누워서 TV보면 아주 기분이 최고다. 조식도 제공된다. 식빵, 구운계란, 오렌지주스, 치즈, 딸기잼. 무겁지 않은 근본템으로 꾸려진 아침식사다. 사장님도 굉장히 친절하시고, 한쪽에 경주 여행 정보도 깨알같이 적혀있어 참고하기도 좋다! 게다가 체크아웃 후에도 짐을 맡아 주신다. 1층 한쪽에 짐을 넣어놓는 짐 방이 따로 있어서 보안도 걱정 노노다.
2. 불국사
내일은 귀경해야하는 일정이라, 가는데에 품이 드는 불국사와 석굴암을 오늘 다녀오기로 했다. 경주는 예전에 왔었지만, 당시에도 친구들이랑 황리단길이나 구경했지, 한번도 불국사, 석굴암을 가본 적이 없었다. 게하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불국사 주차장에 30분만에 도착했다. 놀라웠던게, 외국인들이 진짜 많았다. 호주, 영국, 미국, 남미, 대만, 중국, 러시아... 못 들은 외국어를 찾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벚꽃 시즌이라 그런지, 평일이었는데도 차가 진짜 많고 주차가 완전 카오스라, 대혼란의 주차장을 지켜보며 오히려 뚜벅이로 오길 잘했다 싶었다.
불국사 올라가는 길은 벚꽃이 만발했다. 내 사진 실력으로는 다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쉬울 정도였다.
햇살이 진짜 좋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최고온도 29'에 육박하는 날이었다. LCD 화면으로는 너무 과노출되어 나오는 것 같길래, 좀 줄여서 찍었는데 나중에 그런 사진들을 보니 또 너무 어둡게 나왔더라. 소니 LCD가 별로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 준비도 한창이었다. 화려한 연등에, 수학여행을 온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로 절이 아니라 놀이공원... 에 온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불국사 어느 귀퉁이에 온통 미니돌탑 투성이인 귀여운 곳을 발견했다. 모두가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놀러온 사람들뿐이었는데 이 돌탑지역에서 나처럼 혼자 사진찍는 분을 발견해서 혼자 속으로 반가워했다...!
3. 카페 - 내류사
불국사 구경은 이 정도로 끝내고, 셔틀을 타고 석굴암으로 향하기로 했다. 버스는 한시간에 한번씩밖에 없다고 하고, 시간이 아직 꽤나 남아서, 불국사 주차장 앞에 있는 내류사라는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때웠다.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이라길래 아이스크림 라떼를 시켰다. 위에 코코아 가루를 솔솔 뿌려주는데, 개인적으로는 불호... 나는 상하목장 우유의 순백하면서도 꼬소한 맛을 선호한다. 어쨌든, 커피도 맛있었고, 카페도 부지가 꽤 커서 자리도 굉장히 많다. 베이커리류도 꽤 있다. 버스 기다리면서 시간 때우기는 최고였다.
4. 불국사 to 석굴암
다만 석굴암 가는 버스정류장이 어디인지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알고보니 일반 버스정류장이 아니고, 12번 버스만을 위한 정류장이 따로 있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20분 정도 달리면 석굴암 주차장에 도착한다. 불국사와는 다르게 여기 주차장은 완전 텅텅...! 유료인지는 모르겠으나 석굴암도 무료인데 주차장만 유료일까? 차라리 여기다가 차를 세워놓고, 12번 버스타고 불국사에서 꽃놀이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굴암 주차장부터 석굴암까지 가는길은 20분 정도의 산길을 거쳐야하고, 석굴암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사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크기도 작고, 보는 것 자체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약간 힘 빠지는 면이 있었지만, 여튼 이렇게 손쉽게 세계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기로.
다시 셔틀 타고 불국사로 돌아와서, 어딜갈까 고민하다가 황리단길을 가보기로 했다.
5. 황리단길
황리단길 버스역이랑 실제 황리단길은 꽤 거리가 있었다.
국제화의 시대에 온갖 세계적인 음식점이 황리단길에 입점한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역사를 간직한 경주에 이런 외국어가 즐비한 간판은 좀 아쉬웠다.
이 날의 가장 큰 소득은 디스모먼트라는 굿즈샵에서 굿즈를 득템한 것인데...!
온갖 귀여운 굿즈와 사진과 같은 키링을 커스텀할 수 있는 소품샵이었다! 파츠가 너무나도 내 취향이라서 고르는 게 진짜 힘들었다. 첨성대 모양의 마그넷도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여기서 겟해서 매우 만족했다.
아직 점심을 안 먹었는데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아서, 그 유명하다는 10원빵을 먹어보기로 했다. 십원빵은 3,500원이었다. 그냥 퍼석퍼석한 빵일 거라는 내 기대외는 달리, 따끈하면서도 촉촉한 빵 속에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모짜렐라 치즈가 굉장히 조화로웠다.
소품샵도 굉장히 많고, 특색있는 음식점들도 굉장히 많고, 인테리어도 하나 같이 예쁘게 해 놓아서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웠다.
한창 구경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혼자서 먹을 수 있을 법한 식당은 대부분 브레이크타임이라서 아무데나 될 것 같은데로 들어갔다. 경주 황남밀면이라는 곳이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나 말고도 한 팀이 식사중이었다.
육회비빔밀면을 먹고 싶었지만 매진이라서, 그냥 비빔밀면을 먹었다.
6. 금리단길과 저녁식사
걷다보니 금리단길 도착! 황리단길에 이어 금리단길이 있었다. 사실 -리단길이라고 붙어있긴 하지만, 그 힙한 느낌은 없다.
근방에서 혼밥할만한 곳이 없을까, 하다가 찾은 네코짱이라는 라멘집. 무난한 라멘집이었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마무-으리. 숙소 돌아가서 뽀득뽀득하게 씻고, 나혼산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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