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J이지만 그래도 극 J인 나 치고는 굉장히 즉흥적인 여정이었다.
한달 전도 아니고, 고작 2주전쯤에 갑자기 떠나고 싶었다. 대학 시절 내일로로 두어번 왔던 여수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인데, 문득 다시 오고 싶었다. 기왕이면 이전에 못 봤던 곳들을 위주로 가보자 싶어서, 평소 꼭 구경해보고 싶었던 아쿠아플레닛을 중심으로 5분만에 숙소 예약을 마치고, KTX 티켓도 끊어버렸다. 날도 춥고 짐도 무거운데, 차를 가져갈까, 잠깐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당직 후에 4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여행을 한다? 그건 과로다. 운전은 2시간 이내로 할 때만 재미있다.
1일차
1박 2일이라기에는 여행의 시작은 조금 늦었다. 늦은 오후에 열차에 탔다. KTX가 좀 신기했는데, 열차의 절반은 목포로, 절반은 여수로 오는, 그런 열차였다. 중간에 분리가 되는건가?
출발할 때는 객실이 텅텅 비었는데, 용산에서 사람이 그득그득 차기 시작했다. 평일인데 이렇게 이동 인구가 많다니, 그것도 좀 신기했다. 방학이고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허리가 아플 정도로 한 치 움직이지 않고 게임을 열심히 했다.
여수 엑스포 역에서 도보 10여분 거리에 있는 에어비엔비를 예약했다. 멀진 않았지만, 1박 일정에 사진도 찍고 싶고, 밤에 OTT도 보고 싶고, 오는 기차에서는 책도 보고 게임도 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꾸역꾸역 넣은 더플백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숙소에 도착하니 거의 9시가 다 되는 시간이었다.
기차에서 꼬마김밥을 먹긴 했지만, 아무래도 바닷가에 왔는데 회는 좀 먹어줘야되지 않겠는가. 혼자 나가기는 좀 귀찮고, 그냥 배달 시켜 먹었다. 회에 이런저런 스끼다시를 많이 끼워줬는데 오뎅당면 말고는 썩 내가 좋아하는 건 없었다. 1인분에 22,000원이면 사실 굉장히 가성비인긴해서 딱히 불만은 없었다. 게다가 쌈장에 파채 썰어서 넣어 주는 것도 좋았다.
숙소는 복층인데 엄청 넓고, 층고도 굉장히 높아서, 좁아터진 내 집과 좀 비교가 되어 슬펐다. 나도 복층에 사는데... 숙소에는 붙박이장이 하나도 없지만, 장롱을 두개 들여놔도 여기가 내 집 보다 넓을것 같았다. 이런 집이면 그냥 평생 이사가지 않고 살아도 될 것 같은데.
크라임씬3를 복습하며 회 한 사발에 술 두어잔을 곁들이며 밤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대탈출 다음 시즌은 안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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